인터랙션 서킷
Interaction Circuit
크리스 크로포드(Chris Crawford)
번역:퍼플렉싱(perplexing.emotions@gmail.com)
저널 오브 컴퓨터 게임 디자인 1권 1호 수록
1987년 4월
원문 http://www.erasmatazz.com/library/JCGD_Volume_1/Interaction_Circuit.html
컴퓨터 게임의 본질을 보는 유용한 방법 중 하나는 '인터랙션 서킷'의 개념을 통하는 것이다. 이것은 게임의 진행과정에서 플레이어와 컴퓨터 사이의 정보의 흐름을 나타낸다. 먼저 다른 예술적 매체에서 예술가와 관객 사이에 정보가 어떻게 흐르는지 생각해보자.
예술가 - 관객
예술가는 말하고, 관객은 듣는다. 일방적인 정보의 흐름으로, 생각컨데 예술가의 지적·도덕적 우월성에 의해 정당화된다. 그렇지만, 컴퓨터 게임에서는 완전히 새롭고 더 우월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컴퓨터의 말 - 인간의 생각 - 인간의 말 - 컴퓨터의 처리
'인터랙션 서킷'이라고 부르는 이 작은 다이어그램은 게임과 플레이어 사이에 생기는 관계의 본질을 묘사하고 있다. 이 서킷을 엄격하게 검토하면 좋은 게임 디자인을 위한 어떤 지침을 알 수 있다. 나는 게임경험의 질이 어떤 의미에선 이 서킷을 흐르는 정보의 양과 단순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이 서킷 주위로 더 많은 것들이 흐른다면, 플레이어에게는 더 강렬하거나 흥미로운 게임이 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 인터랙션 서킷에 최대의 정보가 흐르게 할 수 있을까? 그 비법은 그 순환고리의 각 네가지 항목의 수행을 최대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네 개의 항목이 많은 정보를 싣고 순환고리를 달릴 수 있게 최대한의 마력을 갖도록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어떤 항목도 정보 흐름의 병목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각 항목을 차례대로 살펴보자. 가장 최상급의 항목인, '컴퓨터의 말'로 시작해보자. 이것은 화면과 소리라는 매체를 통해 전송되는 부가적인 정보로, 컴퓨터 게임 디자이너들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항목이다. 구식 수단인 정보의 일방적 전달("나는 말한다, 너는 들어라")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 항목은 디자이너에게 가장 주목받아 컴퓨터 자원의 대부분을 취하게 된다. 어떤 게임들은 그들의 자원 거의 모두를 이 하나의 항목에 쏟아붓기도 한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그것은 컴퓨터 게임 디자인에서 가장 컴퓨터답지 않은 면이다. 그게 영화나 소설과 거의 마찬가지라면 왜 사람들이 귀찮게 컴퓨터 게임을 만들겠는가? 오래된 군사 격언이 있다. "당신이 스스로 정한 곳에서 싸우라" 자기 특유의 능력을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 아래서만 싸워야한다는 것이다. 영화와 그래픽 출력을 가지고 경쟁하는 것이나, 소설과 프로그램 코드로 경쟁하는 것은 정말 바보같은 일 같다. 그들이 가지지 않은 '처리능력'을 이용하려 하지 않고 말이다.
두번째로 볼 항목은 '인간의 생각'이다. 게임 디자이너는 이것에 관여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자기 분야가 아니라는 거다. 그런가? 그렇다. 하지만 우리가 그걸 무시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정확히 무엇이 인간을 생각하게 하는가? 그 두뇌의 어떤 부분을 우리가 시뮬레이션하려 하는 것인가? 업계 초기에, 우리는 인간의 뇌 구조 중 특히 소뇌에 관심을 가졌었다. 이후에는, 퍼즐과 전쟁게임으로 분석적 기술에 호소해야 할 것이라고 결정해버렸다. 나는 우리가 우리의 게임에서 아직 도달하지 못 한 인간의 엄청난 정신 활동이 있으리라 본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가 인간 사고의 가장 개인적인 측면, 즉 직관에 어떻게 도전하는 가를 알 수 있다면, 우리의 게임으로 더 엄청난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슬프게도, 기술적 전문성을 강조하는 우리 직종의 경향은 인간 사고에 대한 강조를 필요없게 만들고 있다. 프로그래머들은 유닉스의 모든 명령어 구문을 암기하지 언어학의 기초를 이해하지는 않는다. 디자이너는 CRT 모니터 상에서의 출력 기술의 요점만 알지, 간상체와 추상체의 차이는 모른다. 버스 구조에 대해 하루 종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뇌량(腦梁)에 대해 말하면 눈을 껌뻑인다. 나는 그것이 인간과 컴퓨터 사이의 상호작용을 중재하는 우리에게 당연히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세번째 항목은 '인간의 말'이다. 이것은 그리 많은 게임에 들어있지 않은데, 서킷을 통하는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막히게 하는 진짜 병목이다. 일반적인 슈팅 게임의 진행을 생각해보라. 컴퓨터가 이렇게 말한다. "큰 녹색 우주선이 우주를 날아가고, 화려한 노란 불꽃이 당신을 향해 날아가고, 붉은 폭발, 검은 우주, 별들..." 인간 플레이어는 그 반응으로 뭘 말하게 되는가? '위로', '아래로',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아니면 '쏘기'다. 이런 제한된 입력으로 어떤 풍부한 상호작용을 얻을 수 있겠는가? 물론, 인간 플레이어에게 보다 풍부한 입력을 제공하지 못 하는 이유는 정말 많다. 다섯가지 동사 밖에 말하지 못 하는 조이스틱 같은 입력장치에 제한을 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 인간 플레이어가 게임이 사용하는 인터페이스 언어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새로운 입력 체계를 마스터하는 것보다 컴퓨터의 출력을 이해하는 게 훨씬 쉽다. 특히 전자가 촉각적이고 후자가 시각적일 때 말이다. 하지만, 이런 사정들은 게임 디자이너들이 플레이어의 게임에 대한 입력 기능의 문제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함을 의미할 뿐이다. 적절하게 디자인된 게임은 컴퓨터가 플레이어에게 말한 것만큼 플레이어가 답할 수 있게 해준다. 이상적으로는, 컴퓨터가 이용하는 표현 언어와 정확히 같은 것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실제로 이루기 어렵다.
상호작용 순환의 네번째 항목은 '컴퓨터 처리'이다. 이것은 게임에 사용되는 인공지능으로, 순환을 마무리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컴퓨터의 처리는 플레이어의 입력과 컴퓨터의 출력에 관계된 유일한 것이다. 그 관계는 반드시 합리적이고, 흥미로워야 하며, 그럴 듯 해야 한다. 만약 내가 컴퓨터 캐릭터인 이세벨에게, "이세벨, 내 사랑, 나는 전쟁터에서 내 의무를 다해야 하오"라고 말하면, 이세벨은 눈물을 터트린다. 이세벨이 내 말의 의미를 파악하고 반응하는 데에는 분명 엄청냔 양의 처리가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처리가 없으면 순환고리는 부러진다. 많은 게임들은 이 영역에서 약하고 그에 고통받는다.
상호작용의 순환이 컴퓨터 게임을 평가하는 데 결정적인 수단은 아니다. 디자인 상의 흠을 찾아낼 수 있는 유용한 정신적 도구이다. 그것은 내게 많은 위대한 디자이너들이 '컴퓨터의 말'이라는 항목에 덜 집중하고 다른 세 가지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좋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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